전시기간: 2016. 11. 24(목) – 12. 4(일) * 오프닝 리셉션: 11. 24(목) 5PM
관람시간: 11:00-18:00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일현미술관 을지로 스페이스
서울시 중구 을지로 14길 8 을지재단빌딩 3층 (Tel. 02 2266 3131)
후 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일현미술관, 을지재단
본인의 작업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평범한 일상에 주목하고 어느 순간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이 평범함을 특별하게 만들어내는데 있다. 그런 점에서 본인은 전면으로 드러나지 않고 주변부에 머무르는 대상에 오랜 기간 주목해왔다. 그 중 최근 4-5년간은 특히 빛, 소리, 바람 등 비물질적 요소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발전시키기 위해 ‘공감각’과 ‘촉각’ 그리고 ‘속도’, ‘흐름’, ‘경계’에 집중해왔다. 이것은 공간을 가르는 다양한 요소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으며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도시공간과 사회구조에 대한 연구로 발전되었다. 그런 점에서 <양철바람연구회>은 도시의 구조물을 이용하여 현재 도시사회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도시생활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와 실천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들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며 삶의 방식에 대해 재인식한다.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단순히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는 노스텔지어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감정은 아주 갑작스럽게 현실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 현실에서는 불안, 공포, 허무, 분노와 같은 감정의 동요가 자주 발생한다. 이번 전시 <양철바람연구회>는 우리 생활에서 드러나는 일련의 현상을 도시의 움직임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도시의 빠른 속도와 흐름은 사람들 걸음, 하수구 소리, 깃발 행렬, 환풍팬 등을 통해 잘 드러난다. 한 예로, 도시에는 수많은 깃발 행렬이 있고 이 깃발은 자연의 바람과 더불어 도시사회의 보이지 않는 정치∙사회∙문화적인 바람과 움직임을 보여준다. 과거 촌락을 대변하던 깃발의 상징적 의미에서 확장되어 이제 깃발은 다양한 성격과 정체성을 내포한다. 구체적인 텍스트나 상징적인 형상 또는 암묵적으로 동의된 색으로 인해 우리는 그 깃발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그러므로 깃발은 지역을 상징하는 깃발, 무지개깃발, 행사깃발, 국기, 기업의 깃발, 재난으로부터 시위의 깃발로 이어지며 각자의 언어를 상징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결국 본인에게 있어서 이러한 깃발의 움직임은 도시의 호흡과 사회적 문맥의 흐름을 연계하는 단초가 되었다. 본인의 지난 개인전(<Whispering Room>, Emily Davis Gallery, 2016. 11. 3 - 23) 전시 작품 <Whispering Loudly>는 빛으로만 이루어진 빈 깃발을 보여주는 영상작품이다. 국화인 무궁화 모양 도자기 국기봉과 깃대가 설치되어 있고 색 없이 비어 있는 깃발 형상, 즉 빛으로 된 빈 깃발이 함께 설치되었다.
이번 전시 전체를 아우르는 ‘바람’은 비물질적 대상이다. 바람은 자연적인 바람에서부터 문화, 정치계의 바람, 누군가가 일으키는 분위기 등까지 바람에 빗대기도 한다. 전시 <양철바람연구회>는 빛, 바람, 소리처럼 자연적이며 일시적인 재료를 환풍팬과 바람자루, 맨홀뚜껑 등 구체적인 대상으로 드러낸다. 다른 의미로,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극명한 사회현상을 비물질적 요소로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도시 공간에는 공간의 속도감을 부여하거나 단절시키는 시설물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공사중 길없음 (Road Closed)’ 표시인 바리케이드(barricade)는 안전한 안전막이 되거나 시민의 이동을 차단하기도 하는 아이러니함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풍경이라고 볼 수 있는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는 타인의 집을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하다. 거기에서는 옆 동의 아파트 옥상이나 상가 건물 환풍팬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환풍팬은 바람에 의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도시에 속도감을 제공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태극기, 흩날리는 현수막, 빠르게 움직이는 환풍팬 등은 서로 다른 움직임과 속도감으로 인해 닫혀 있는 공간에 호흡의 여지를 준다. 결국 이러한 외부 구조물에 의해 공간의 흐름은 무수히 변화되고 있다. 결국 본인이 작품을 통해 의미하는 점은 일상공간의 환기 다른 말로 도시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도시실천은 도시의 호흡, 움직임, 속도와 직접적인 연계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익숙함으로 인해 지루하고 반복되게 인식되지만, 실상 우리는 도시의 호흡 속에서 크고 작은 관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람객에게 공감각적 자극을 부여하는 것은 소리이다. 배관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리, 바람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소리 등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통상적으로 소음이나 잡음은 차단되어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본인에게는 도시생활을 실천하는 유동적인 울림이며 새로운 생활 지도를 형성하는 표본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전시는 도시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흐름과 호흡을 상징적인 도시 구조물로 보여준다. 도시공간을 가로지르는 바람은 개인과 사회가 만들어내는 움직임이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다. ■박성연